의회소식
청소가 제 천직인가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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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성북구의회 | 작성일 | 2005.11.29 | 조회수 | 2521 |
[오마이뉴스 2004-12-14 ]
새벽마다 동네 청소를 하는 구의원이 있다. 그는 바로 서울시 성북구 의회 행정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중해 의원. 6호선 돌곶이역에서 임 의원을 만날 수 있었다. 말끔한 양복을 입은 그를 따라 개인 사무실로 가는 동안 그는 길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휴지를 계속 주워댔다. 심지어 걸어가는 기자의 발밑에 있는 휴지를 줍느라 기자의 발에 밟힐 뻔한 일도 벌어졌다. 너무 무안한 나머지 기자가 “아이구, 의원님, 그냥 두세요. 제 앞에 있는 건 제가 주울게요” 라고 하자 오히려 그는 “아뇨, 그냥 두세요. 제 습관입니다” 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의원 사무실은 서너 평 남짓 돼 보였는데 마치 복덕방을 연상케 했다. 사무실 한 켠에는 집게, 쓰레받기 등 청소도구가 부착된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고 책상 여기저기에는 임 의원이 직접 수거한 불법 부착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런 풍경들은 처음 대면한 그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의 사무실에서 새벽 청소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3대 의회 때 보궐선거로 구 의원에 당선된 후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청소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새벽 네 시 반부터 청소를 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아침 여덟시가 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그랬다. 석관 2동 마을 전체의 쓰레기를 쓸어 담을 수 없었던 그는 남의 집 앞 골목에 있는 쓰레기를 쓸어 대문 앞에 모아뒀다. 아침에 대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쓰레기가 집 주인의 발에 밟힐 수 있도록 임 의원이 작전(?)을 쓴 것이다. 처음에는 매일 누가 자기 집 앞을 청소할까 궁금해 하며 일부 주민들이 몰래 지켜보기도 했지만 컴컴한 새벽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청소를 하는 그를 알아볼 리가 없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흐뭇해했지만 그의 이런 행동이 계속될수록 오히려 일부 주민들은 그 정체불명의 사나이를 수상하게 여겼고 결국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다고 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어떤 아주머니는 파자마 바람으로 문 앞에서 청소하는 임 의원을 지켜볼 때도 있었다고 한다.
▲ 임 의원의 사무실에는 쓰레받기, 집게 부착된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그렇다고 “제가 성북구 의회 의원이요”라고 밝히며 인사를 하는 것도 좀 우습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임 의원을 행동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반대파도 있었다고 한다. 새벽 청소를 두고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니냐며 저렇게 며칠 하다 말겠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악착같이 청소를 했다. 악천후나 명절,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3년째 새벽 청소를 해왔던 것이다. “참 신기하죠? 3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청소를 하는데 그 많은 날들 중 한 두 번쯤은 아파서 청소를 못할 법도 한데 아직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이 일을 하면서 여러 번 느낀 건데요, 아마도 하늘의 뜻인가 봅니다.” 요즘에는 새벽청소와 함께 불법 부착물 수거에 그는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동네 주민 중 젊은 여자가 벽에 붙은 불법 사채 광고부착물을 보고 급전을 썼다가 몸과 마음을 망친 사건을 계기로 이를 떼기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열심히 부착물을 떼는 임 의원과 붙이는 사람들의 숨바꼭질이 매일 반복된단다. 어떤 젊은이는 부착물을 붙이다가도 임 의원을 보면 줄행랑을 친다고.
▲ 임 의원이 직접 수거한 불법 부착 광고물. 사무실에 가득 쌓여 있다.
“비록, 불법 이라고는 하지만 부착물을 붙이는 사람들 중에는 아르바이트로 그 일을 하며 어렵게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결국 생계수단으로 불법 부착물을 붙이는 젊은이와 심한 마찰이 생겨 그를 경찰서로 보내면서도 “법과 제도를 잘 설명한 후 훈방조치 시켜 주세요”라며 온정을 베풀기도 하는 임 의원. 역지사지 철학에서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 “먹는 것은 내가 49%, 상대방 51%, 일은 내가 51%, 상대방 49%,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 살아가면서 큰 문제없습니다. 한마디로 욕심을 비우고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면 동그랗게 이 세상을 살 수 있고 그 자체가 또한 보람이라는 뜻이지요.” 7남매 중 장남인 그는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의 도시락을 여덟 개까지 싸주며 보살폈다고 한다. 또한 처형, 시골 형 집, 동생 등 본인을 포함해 다섯 집에 금전적인 도움을 주며 몇 집 살림을 했다는 그. 지금 살고 있는 석관동 집에서 장인과 장모님을 30년 동안 모시고 임종까지 지켰던 든든한 사위이기도 하다. 이렇듯 젊은 시절부터 어려움을 알고 도움을 줘 왔기에 현재 새벽에 하는 청소, 즉 봉사활동도 가능한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성북구 석관2동에서 41년째 살면서 남의 집 밥그릇 수까지 꿰뚫고 있다는 임중해 의원. 지금의 자리보다 더 높은 시의원, 국회의원도 싫고 다만 5대 의회 때 다시 한 번 석관 2동 더 넓게는 성북구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는 그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또한 봉사활동을 할지 주목된다.
▲ 돌곶이의 유래를 조명하기 위해 이 비를 세웠다. 임 의원은 2년 동안 돌을 찾아다닌 결과 이처럼 멋진 돌곶이 비를 세울수 있었다고 한다. (6호선 돌곶이 역 출구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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